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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2009.07.12 23:31

 

나는 어릴적부터 그림에 관심도 많았고 재주도 있었다. 교단에 서면서 동양화가이기도 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미술시간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선생님들로부터 곧잘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어릴적 내 꿈은 정치가, 외교관, 우주학자 등이었다. 내 아버지의 동양화는 인지도가 높아서 심지어는 내 고교시절에 국어선생님께서 내 아버지의 그림을 어찌 한번 선물받아볼까 하여 나에게 통사정을 하다시피 했던 기억도 있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수학담당이었는데, 국어선생님은 옆반이라서 우리 담임선생님한테 청탁을 넣었고, 뜻 대로 되지 않자 직접 나를 찾아와서 여러차례 부탁하셨다. 당시에 그 선생님께 아버지의 그림을 가져다 드렸는지 아닌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아버지께서 조금 바쁘셔서 그림을 못 그리고 계십니다."라고 답 했던 것은 기억에 또렷하다.

 

 

음악은 나를 리듬에 맡기는 작업이고, 반면 미술은 내가 직접 뛰어들어 내 감정을 표현해내는 작업이다.

 

색연필과 물감을 도화지에 그려낼 때는 온전히 그 순간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무렵은 물감을 털어낸 물통 속의 물을 마셔버리고 싶은 충동까지 생길 정도로 미로속을 끊임없이 헤매는 기분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고뇌의 시간을 보낼 무렵이었던 것 같다.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다른 아이들도 으례히 그러하듯 나 역시 '공부하라'는 억압을 받으며 학창시절을 보냈고, 조금만 노력하면 내 의지대로 되는 시기가 있었다. 내 인생은 모든게 순조로웠다. 남들은 가끔 겪는다는 고난이나 역경의 쓴 맛을 본 적도 없고 철부지처럼 선배들에게 마냥 이쁨 받으며 직장생활도 했다. 내 인생에서 공식적인 첫 직장은 국내 굴지의 삼성그룹에서조차 인사체계를 벤치마킹 하러 온다는 위계질서가 상당히 강한 걸로 정평이 나 있는 S금융그룹이었는데, 그런 직장에서조차 심지어는 휴가기간 일수 조정 등을 내 멋대로 하면서도 나는 당당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당시 팀장님이 나를 너무 이뻐하셔서 나는 기고만장 했던 것 같다. 팀장님과 코드가 잘 맞았던 이유는, 비슷한 성향때문이기도 했다. 팀장님의 입김이 조직에서 강한 편인데, 신입사원 중에 나처럼 자신감 있고 당당한 친구를 본 적이 없어서 면접때 눈여겨봤던 나를 기필코 자신의 팀원으로 발령시킨 것이었다. 내가 원래는 다른 팀으로 발령날 뻔 했었다고 한다. 나중에 들어본 스토리는 그러하다. 그때 팀원들한테 참으로 미안하다. 내가 무척 따랐던 팀장님이 본부부서에서 여전히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하고 계시는 모양이다. 언제 한번 찾아뵈야 하는데.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 이 무렵 같이 했던 사람들 중 그리운 이들이 많다. 고마운 사람들이 많기도 많다.  

 

가지고 싶은 것들은 거의 가지며 살아오던 내 삶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조차 없는 깜깜한 암흑시대가 도래했고, 나는 오랜동안의 절망으로 인해 너무나도 쉽게 좌절했으며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나라는 존재가 삶에서 무엇을 갈구해야하는지,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어둡고 깜깜해서 답답하기만 한 미로'속에서 끝 없이 헤매던 시간들...

지금도 나는 갈망하는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과정속에 있지만 이 과정들도 즐기려 한다.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고, 이 무렵은 물감을 세척해내던 물통의 물을 마시고 싶은 충동이 순간순간 계속 들었다. 다행히도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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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바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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