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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2009.08.01 10:53



요리실력이 미천한 이들에게 로또복권 당첨 됐다는 소리보다도
더  반가운 외침이 있다.

        "택배 왔어요~"

이 외침소리에 화색이 돌며 달려나가지 않을사람은 없을것이다.
그 순간 가장 고마운 분은 퀵택배기사님이다.

드디어 엄마표 택배다.

평소 삼시 세끼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나에게는  엄마표 택배가 무엇보다 최고 다.

주중에 냉장고에 먹을게 하나도 없다고 콩자반, 장조림, 묵은김치,물김치, 깻잎, 동치미를 배급해달라고 엄마께 하소연 전화를 했다.

 

우리 엄마는 자식일이라면 발벗고 나서는 분이라 당장 시장에 가서 뚝딱뚝딱 만들어 보내신거다.

그런데, 내 엄마는 꼭 엄마같지 않을때도 가끔 있다.
홈쇼핑에 중독되서 쓸모 없는 물건도 집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취미를 가진 어찌보면 너무 웃음이 나오는 귀여운 분이다. 요즘은 증세가 완화된듯해서 다행이지만.

쓰지도 않을 물건을 사들여서 집 창고에 쌓아둔게 한두가지가 아닌것을 생각하니 배꼽을 잡지 않을 수 없다. 물건이 맘에 안들어도 환불 안하고 가지고 계신다. 언젠가는 쓸 일이 있을거라면서. 이런 우리 엄마덕에 홈쇼핑이 그리도 흥하는 것 아닐까?

엄마의 홈쇼핑 중독을 더는 참지 못한 다섯아이들이 강력하게 비판에 나섰을때  "너희 엄마가 집에서 살림만 하면서도 우울증 안걸리고 즐겁게 지내는것만으로도 아빠는 고맙다~" 고 엄마를 대변하시는 아빠.
우리 엄마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서 좋으시겠다.


다섯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적성에도 안맞아하시던(ㅋ 뭐야) 교사생활을 접으신 뒤 어린시절 2:3으로 패싸움(ㅋㅋㅋ)을 즐겨했던 아이들 덕분에 정신없는 30~40대를 보내셨던 분이니 엄마께 죄송하다.


우리가 2:3으로 패 갈라 싸워서 집안을 난장판 만들때 엄마는 울면서 친구집으로 가출하셨고
퇴근 후 6시 땡~하면 초인종을 눌렀던 아빠는
"너희 엄마 어디 가셨냐?"

 

엄마의 괴나리 봇짐 가출사건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는데만 정신이 팔려 신나서 비명을 질러대던 다섯 아이들은 아빠의 초인종소리가 들리자 일제히 풀이 죽어   
"잠시 친구집에 가신 것 같아요" ㅠㅠㅠ
(당시 엄마는 우리의 야단법석에 속 상해서 집 나가실때 핑크색 보자기에 옷가지를 몇개 싸가셨던듯, 시대에 어울리진 않지만) 

아빠는 우리를 한번 째려보시더니 소파에 가방을 집어던지고 당장 엄마를 찾으러 나가셨고 그날 저녁 우리는 아주 조용히 식탁에 앉아 평소와는 달리 반찬투정없이 얌전히 밥을 먹었다.

그러나 이 악동들은 그 다음날 또 2:3으로 패 갈라 싸우고 있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런 악동들을 잘 키워주신 엄마가 이제 곧 환갑이다.

친구들이 너희 엄마 몇살이셔? 어 40대이셔~ 했을적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엄마 환갑을 눈앞에 두고 있다니... 코끝이 찡해진다.

20초반에 부모님을 모두 여읜 예전 직장동료가 했던말이 떠오른다.
"부모님이 살아 돌아오실수만 있다면 나는 빚을 내서라도 부모님을 위해 모든걸 다 해드리고 싶다" 던.



더운 날이다. 하이든의 첼로협주곡이 더위를 식혀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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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바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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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학생활을 할때, 어머니가 보내주신 김치 보따리를 안고 엉엉 울었던 기억도 납니다. 집떠나면 고생이라고 하던데, 정성이 담긴 음식을 보면 많은 것들이 생각나겠지요. ^^

    2009.08.01 11: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G_Gatsby님은 그 김치를 부둥켜안고 울면서 엄마의 모든것을 느끼셨을것같아요. 엄마가 계신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엄마의 택배까지 받아볼 수 있다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2009.08.01 12:09 신고 [ ADDR : EDIT/ DEL ]
  2. 저도 부모님이 외국에 살고 저 혼자 한국살아용..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이 제일 맛있는데...ㅠㅠ

    2009.08.01 14: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엄마가 해주시는 요리가 제일 좋아요.
      제 요리솜씨가 많이 낙후된편이라...

      2009.08.01 14:56 신고 [ ADDR : EDIT/ DEL ]
  3.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소포가 아닐까요~!
    저도 엄마랑 함께있는 시간이 제일 즐거워요~! ㅎㅎ
    항상 쉬지도 않고 티격태격 싸운답니다..
    저희집은 남동생이 가출해요~! 시끄럽다며;;; ㅎㅎ

    2009.08.02 02: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희집은 여동생1이 엄마한테 시어머니노릇을 많이해서 엄마가 힘들어하셨죠. 제 경우엔 엄마가 홈쇼핑에 중독됐을때도 별말 안했는데, 여동생은 꼬장꼬장하게 엄마한테 따지고 들어서 엄마가 "우리집에 시어머니 났다"고 화 내신적도 있어요.

      2009.08.02 09:31 신고 [ ADDR : EDIT/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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